분류 전체보기53 조선 서얼 차별 (호부호형, 칠서지옥, 허통) 아버지가 정승인데 아들은 과거시험조차 볼 수 없다면 어떨까요? 조선시대 서얼들은 바로 이 상황을 470년 동안 겪었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 홍길동전을 읽으면서 솔직히 홍길동이 좀 유난 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서얼 차별의 실제 역사를 파고들면서 그때 제가 얼마나 건성으로 읽었는지 깨달았습니다. 홍길동의 분노는 과장이 아니라 오히려 절제된 편이었습니다.조선 서얼이란 무엇이며 왜 차별받았나서얼(庶孽)은 서자와 얼자를 합친 말입니다. 서자는 양인 출신 첩에게서 태어난 자식이고, 얼자는 천인 출신 첩에게서 태어난 자식입니다. 여기서 양인이란 평민 이상의 신분을 가진 여성을 의미하며, 천인은 노비나 기생 같은 천한 신분의 여성을 가리킵니다. 같은 첩의 자식인데도 어머니의 출신에 따라 또 한 번 등급이 .. 2026. 3. 27. 규장각 설치 (정조 지식전략, 초계문신, 편찬 사업) 솔직히 저는 규장각이라는 단어를 수십 번은 들었을 겁니다. 교과서에도 나왔고, 사극에서도 나왔고, 창덕궁에 직접 가본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제가 기억하는 건 후원의 연못이 예뻤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규장각 건물 앞을 지나쳤는지조차 몰랐고, 안내판을 읽었는지도 기억이 없습니다. 그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였으니까요.이덕무를 공부하다가 규장각이 계속 따라붙었고, 어쩌다 보니 규장각 자체를 파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제가 알던 도서관이라는 이미지가 얼마나 단순했는지 깨달았습니다.규장각 설치 25세 왕 정조가 선택한 지식 전략정조가 규장각을 설치한 건 1776년, 왕위에 오르던 바로 그해입니다. 즉위하자마자 만들었다는 건 즉흥적 결정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정조의.. 2026. 3. 26. 이덕무 간서치 (조선 독서광, 서얼 학자, 규장각 검서관) 솔직히 저는 책을 읽어도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한 달에 두세 권씩 읽었지만, 작년에 읽은 책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조선시대 이덕무라는 학자를 알게 됐는데, 이 사람은 '간서치(看書痴)'라는 별명을 가진 독서광이었습니다. 밥을 굶으면서도 책을 놓지 않았고, 평생 2만 권이 넘는 책을 읽고 수백 권을 직접 베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서얼이라는 신분적 한계 속에서도 오직 독서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그의 이야기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저를 조용히 흔들어 놓았습니다.서얼 출신 독서광, 간서치 이덕무의 삶이덕무는 1741년 한성부 관인방 대사동(현재 인사동 일대)에서 태어났습니다. 본관은 전주 이씨로 조선 제2대 임금 정종의 후손이라.. 2026. 3. 25. 김굉필의 소학 공부법 (9년 정독, 실천 중심, 문묘 배향) 아이에게 책 좀 읽으라고 잔소리하면서 정작 제 책장에는 읽다 만 책이 열다섯 권입니다. 시작은 하는데 끝을 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김굉필이라는 학자는 소학 한 권을 9년 동안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습니다. 책이 귀해서였을까, 아니면 정말 그 한 권에 9년이 필요했던 걸까. 자료를 읽으면서 제가 책을 읽는 건지 소비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굉필의 공부법 30세까지 소학만 읽은 이유일반적으로 공부 잘하는 사람은 많은 책을 빨리 읽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김굉필의 방식은 정반대였습니다. 그는 21세에 스승 김종직을 찾아가 소학을 처음 받았고, 30세가 될 때까지 다른 책을 거의 펴보지 않았습니다(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여기서 소학이란 송나라 .. 2026. 3. 24. 향교와 서원, 조선시대 교육 (군역면제, 사림정치, 서원철폐) 얼마 전 아이 학교 설명회에 다녀왔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교육과정을 설명하는 동안 옆자리 어머니가 귀에 속삑였습니다. 여기 수학 선생님이 좀 약하대요. 다른 학원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설명회가 끝나기도 전에 학원 정보 교환이 시작됐고,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그 어머니가 알려준 학원 이름을 검색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잠깐 멍했습니다. 학교 선생님 말씀은 절반도 기억 못 하면서 학원 후기는 꼼꼼히 읽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풍경이 조선시대에도 똑같이 있었다는 걸 향교와 서원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습니다.향교의 군역면제 혜택과 본질 상실향교는 조선시대 국가가 각 지역에 설치한 공립 교육기관이었습니다. 여기서 향교란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까지 유교 이념 교육과 과거시.. 2026. 3. 23. 조선시대 서당 교육 (맞춤형 학습, 실용교육, 전인교육) 아이 학원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원장님이 말했습니다. 저희는 개별 맞춤형 수업을 합니다. 그런데 막상 교실을 보니 스무 명 넘는 아이들이 똑같은 교재로 같은 진도를 나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조선시대 서당이 떠올랐습니다. 수백 년 전 서당은 같은 공간에서도 저마다 다른 속도로 배웠고, 훈장은 한 명씩 불러 진도를 확인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첨단 기술로 구현하려는 맞춤형 교육을 서당은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셈입니다.조선시대 서당교육 학년 없이 각자 속도로 배운 맞춤형 학습서당에는 학년 구분이 없었습니다. 일곱 살부터 열다섯 살까지, 때로는 그보다 나이 든 성인까지 한 공간에 모여 앉았습니다. 이를 혼급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혼급이란 서로 다른 연령과 수준의 학습자가 한 반에 섞여 있다는 의미입.. 2026. 3. 22. 이전 1 2 3 4 5 6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