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7 이덕무 간서치 (조선 독서광, 서얼 학자, 규장각 검서관) 솔직히 저는 책을 읽어도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한 달에 두세 권씩 읽었지만, 작년에 읽은 책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조선시대 이덕무라는 학자를 알게 됐는데, 이 사람은 '간서치(看書痴)'라는 별명을 가진 독서광이었습니다. 밥을 굶으면서도 책을 놓지 않았고, 평생 2만 권이 넘는 책을 읽고 수백 권을 직접 베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서얼이라는 신분적 한계 속에서도 오직 독서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그의 이야기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저를 조용히 흔들어 놓았습니다.서얼 출신 독서광, 간서치 이덕무의 삶이덕무는 1741년 한성부 관인방 대사동(현재 인사동 일대)에서 태어났습니다. 본관은 전주 이씨로 조선 제2대 임금 정종의 후손이라.. 2026. 3. 25. 김굉필의 소학 공부법 (9년 정독, 실천 중심, 문묘 배향) 아이에게 책 좀 읽으라고 잔소리하면서 정작 제 책장에는 읽다 만 책이 열다섯 권입니다. 시작은 하는데 끝을 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김굉필이라는 학자는 소학 한 권을 9년 동안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습니다. 책이 귀해서였을까, 아니면 정말 그 한 권에 9년이 필요했던 걸까. 자료를 읽으면서 제가 책을 읽는 건지 소비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굉필의 공부법 30세까지 소학만 읽은 이유일반적으로 공부 잘하는 사람은 많은 책을 빨리 읽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김굉필의 방식은 정반대였습니다. 그는 21세에 스승 김종직을 찾아가 소학을 처음 받았고, 30세가 될 때까지 다른 책을 거의 펴보지 않았습니다(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여기서 소학이란 송나라 .. 2026. 3. 24. 향교와 서원, 조선시대 교육 (군역면제, 사림정치, 서원철폐) 얼마 전 아이 학교 설명회에 다녀왔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교육과정을 설명하는 동안 옆자리 어머니가 귀에 속삑였습니다. 여기 수학 선생님이 좀 약하대요. 다른 학원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설명회가 끝나기도 전에 학원 정보 교환이 시작됐고,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그 어머니가 알려준 학원 이름을 검색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잠깐 멍했습니다. 학교 선생님 말씀은 절반도 기억 못 하면서 학원 후기는 꼼꼼히 읽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풍경이 조선시대에도 똑같이 있었다는 걸 향교와 서원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습니다.향교의 군역면제 혜택과 본질 상실향교는 조선시대 국가가 각 지역에 설치한 공립 교육기관이었습니다. 여기서 향교란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까지 유교 이념 교육과 과거시.. 2026. 3. 23. 조선시대 서당 교육 (맞춤형 학습, 실용교육, 전인교육) 아이 학원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원장님이 말했습니다. 저희는 개별 맞춤형 수업을 합니다. 그런데 막상 교실을 보니 스무 명 넘는 아이들이 똑같은 교재로 같은 진도를 나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조선시대 서당이 떠올랐습니다. 수백 년 전 서당은 같은 공간에서도 저마다 다른 속도로 배웠고, 훈장은 한 명씩 불러 진도를 확인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첨단 기술로 구현하려는 맞춤형 교육을 서당은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셈입니다.조선시대 서당교육 학년 없이 각자 속도로 배운 맞춤형 학습서당에는 학년 구분이 없었습니다. 일곱 살부터 열다섯 살까지, 때로는 그보다 나이 든 성인까지 한 공간에 모여 앉았습니다. 이를 혼급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혼급이란 서로 다른 연령과 수준의 학습자가 한 반에 섞여 있다는 의미입.. 2026. 3. 22. 전의감 교육제도 (의학 커리큘럼, 권강 시험, 현대 의대 비교) 얼마 전 아이 친구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벌써 의대를 목표로 학원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수학, 과학은 기본이고 논술까지 병행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멍했습니다. 4학년이면 구구단 완전히 외웠나 확인하던 나이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의 눈빛은 진지했고, 주변에 그렇게 준비하는 집이 한두 곳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 대화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가, 조선시대 의학교육 기관인 전의감을 공부하면서 자꾸 떠올랐습니다. 500년 전에도 의사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고, 오히려 들어간 이후가 더 가혹했습니다.조선시대 전의감 교육제도, 의학 커리큘럼의 정교함전의감(典醫監)은 조선시대 궁중 의약을 관장하던 관서였습니다. 단순히 왕실에 약을 대는.. 2026. 3. 21. 정약용 초서독서법 (메타인지, 인출학습, 독서노트) 책을 많이 읽는데 왜 남는 게 없을까요? 저는 한 달에 두세 권씩 꼬박 읽었는데, 작년에 읽은 책 제목은 기억나도 내용은 거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독서 기록 앱에 수십 권이 쌓여 있지만 실제로 제 것이 된 지식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편지로 전한 초서독서법을 접하게 됐고, 제 독서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8년 유배 기간 동안 500여 권의 책을 저술한 비결이 바로 이 방법이었습니다.정약용 초서독서법의 5단계 구조와 메타인지 원리초서독서법(抄書讀書法)은 단순히 책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초서란 책의 핵심 내용을 선별하여 기록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정약용은 이 방법을 입지(立志), 해독(解讀), 판단(.. 2026. 3. 20. 이전 1 2 3 4 5 6 7 ··· 10 다음